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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법률정보◈

‘괘씸죄’로 수갑 채운 경찰, 헌법재판소 판결은? - "부당한 체포 저항한 건 정당방위"


[취재파일] '괘씸죄' 적용해 임신부에 수갑…사건의 전말은
헌법재판소는 어떻게 판결할까?
SBS | 최종편집 : 2013-01-20 13:50




경찰관에 욕설…현행범 체포 대상인가

지난 2009년 6월 동갑내기 38살 노 모 씨 부부는 경기도 구리시의 한 음식점에서 가족과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식당 주인과 말다툼이 벌어진 건 계산을 할 때쯤이었습니다. 10%인 부가가치세 지급문제로 시비가 붙은 거였습니다. 노 씨는 식당 주인이 부당하게 술값을 요구한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체포를 당한 건 노 씨였습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구리경찰서 수택지구대 소속 서모 경사 등 3명이었습니다. 경찰은 노 씨에게 음주측정을 시도했는데, 흥분한 노 씨는 그만 경찰관 2명에게 욕설을 했습니다. 출동 경찰관들은 모욕죄 현행범이라며 노 씨를 강제연행하려 했습니다.

이때부터 사건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노 씨의 부인 권 모씨가 경찰관을 저지한 거죠. 이게 체포까지 할 일이냐며 따진 겁니다. 이 과정에 서 경사와 실랑이가 있었고, 경찰은 어깨와 멱살을 잡은 권 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강제 연행했습니다. 경찰관은 권 씨를 순찰차에 강제로 태운 뒤 수갑을 채웠습니다. 경찰은 서 경사가 제출한 전치 2주의 진단서를 근거로, 부인 권 씨에게 상해 혐의를 추가해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경찰관에게 욕설을 한 건 법을 어긴 행동이 맞습니다. 검찰에 송치된 노 씨는 약식기소 돼 벌금 30만원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경찰관의 체포 행위를 저지하며 몸싸움을 벌인 것도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그것이 적법한 공무집행일 때만 죄가 된다고 판결해 왔습니다. 이번 사건은 역시 경찰관에게 욕을 했다고 강제 연행돼야 하는가, 또 그걸 저항하는 행동이 처벌받을 일인가가 쟁점입니다.

부부는 의정부지방검찰청에에서 벌금형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불복한 아내 권 씨는 지난 2010년 헌법재판소에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겁니다.



"부당한 체포 저항한 건 정당방위"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는 가벼운 사건 피의자에게 수갑부터 꺼내고 보는 경찰의 관행이 잘못됐다고 판결했습니다.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 사례'라는 겁니다. 이강국 재판관 등 관여 재판관 7명 전원 일치로 권 씨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우리 법원은 현행범으로 체포할 만 한 요건이 충분한가를 판단할 때, 범인과 범죄의 명백성 외에 체포의 필요성을 따집니다. 체포가 필요하다면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하는데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현행범 체포하면 영장 없는 체포로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고 판결하고 있습니다.(1999년 1월 대법원 판례)

헌재는 노 씨 부부의 경우, 신고자가 부인 권 씨였기 때문에 도주할 염려가 없다고 봤습니다. 노 씨에게 적용된 모욕죄는 법정형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한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범인을 체포할 급박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비교적 가벼운 모욕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인신구속에 해당하는 현행범 체포를 하는 건 지나친 수사절차" 라고 밝혔습니다.

그럼 남편의 부당한 체포를 막기 위해 경찰관과 몸싸움을 벌인 부인의 행동은 왜 죄가 아니라고 판결했을까요. 재판관들은 노 경사 등의 남편 노 씨에 대한 현행범 체포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부인의 행동은 '불법 체포로 인해 신체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를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경찰관이 체포행위를 저지당하고 상해를 입은 게 사실이라도 중대한 수사미진과 법리오해가 있었다고 봤습니다. 결국 권 씨는 자의적인 공권력 행사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기에 죄가 없다는 결론을 낸 겁니다.

당시 임신 6주였던 부인 권 씨는 아이가 지장을 받았을까 노심초사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탈은 없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판결을 보도한 뒤, 경찰관분들로부터 볼멘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현장의 신속히 혼란을 해결하는 것도 경찰관의 책무라거나, 무분별한 수갑 채우기 관행은 사라졌다는 해명을 들었습니다. 이른바 '주폭' 처럼 일상의 평화를 위협하는 범법자를 엄격히 대해야 하는 경찰관들의 고충도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 경찰청은 재작년 하반기, 호송규칙을 고쳐 임신부에 대한 수갑 채우기를 금지하는 등 인권침해 소지를 줄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당사자만 알고 넘어가기엔 중대한 원칙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공권력의 행사는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가능하도록 하는 게, 우리 헌법의 정신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판결은 기자가 보도하고 기록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우철 기자justrue1@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