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 성희롱 여전한데.. 상담·신고는 5개월째 '0'
5명 중 1명 피해 경험 설문… 인사·평판 우려 신고 꺼려
“남성 잘못된 성문화 때문”
경향신문 | 입력 : 2013-11-19 06:00:01ㅣ수정 : 2013-11-19 06:00:02
경찰 내부 직원 성희롱 상담·신고센터에 5개월간 단 한 건의 신고도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 내에서 성희롱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례와 설문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 잘못된 성문화의 근본적인 해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지난 6월 서울 남영동에 있는 경찰청 인권센터 내에 성희롱 상담·신고센터를 마련했다. 센터에 고민나눔방(상담실), 진실나눔방(조사실), 휴게실 등을 설치해 놓고, 여성 상담·조사관 2명과 남성 상담·조사관 3명을 배치했다. 경찰청은 당시 "상담 신고 접수 시 철저한 비밀보장과 함께 직접 출장조사를 하는 등 적극적인 조사 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센터에 지난 5개월간 들어온 상담이나 신고는 한 건도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다른 일반 회사나 기관도 마찬가지겠지만 피해를 입은 직원들이 인사 문제나 소문·평판 등을 우려해 신고를 안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희롱 신고는 없었지만 실제 경찰 조직 내 상황은 반대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지난달 경찰 직원 7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조사 대상자 중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41명(19%)이다. 경찰 5명 중 1명이 성희롱 피해를 겪었다는 얘기다.
구체적인 피해 유형은 언어적 성희롱(73명), 신체적 성희롱(29명), 시각적 성희롱(24명), 성적 요구 불응을 이유로 한 고용상 불이익(10명) 등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경찰 조직 내 잘못된 성문화와 시각이다. 성희롱을 당한 피해 직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33명으로 가장 많았다.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아서'(18명), '소문과 평판에 대한 두려움'(16명),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거나 잘 몰라서'(7명) 등이 뒤를 이었다.
여기에다 올해 들어 간부급의 성추행이나 강간 범죄까지 끊이지 않다보니, 경찰청도 특단의 조치를 세우고 나선 상황이다.
경찰청은 감찰 인력을 대거 투입해 연말까지 성범죄 관련 감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찰청 인권센터는 지난 13일부터 '성희롱 없는 밝은 직장문화 조성을 위한 지방청 순회 간담회' 전국투어를 하고 있다. 교육 대상자는 채용된 지 2년 미만의 신임 순경 및 일반·기능직 여직원과 무기계약직 여직원들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여론을 듣고 상담·신고센터를 홍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이 뒤늦게 분주하게 나섰지만 경찰 내에서는 "여성 직원들에 대한 교육보다 남성 직원들의 뿌리 깊은 잘못된 성문화 개선이 더 내실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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