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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묻지만 흉기난동▣

[단독]김기용 경찰청장 인사청탁 의혹 '재점화'


[단독]김기용 경찰청장 인사청탁 의혹 '재점화'
법원 “김기용 청장의 인사청탁 보도는 사실”…도덕성 도마 위에
노컷뉴스 | 박종관 | 입력 2013.01.31 06:03




'김기용 경찰청장이 지난 2005년 12월 서울 용산경찰서장 재직 당시, 최재천 의원(당시 열린우리당 소속)을 찾아가 인사청탁을 했다'는 언론 보도(주간동아 2012년 4월 27일字)는 허위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인사청탁 의혹 기사가 나간 직후 제보를 한 부하직원이 기사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해명자료를 배포하면서 단순 해프닝에 그칠 뻔했던 경찰청장 내정자의 인사청탁 의혹이 9개월 만에 법원에서 사실로 인정된 것이다.

◈ 인사청문회 앞둔 내정자의 '인사청탁 의혹'…해명자료로 해프닝에 그쳐

지난해 4월 수원 납치 살해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현오 경찰청장이 물러나자 김기용 당시 경찰청 차장이 차기 경찰청장 내정자로 지명됐다.

그리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불과 나흘 앞둔 4월 27일 주간동아는 '김기용 경찰청장 내정자 도덕성 검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인사청탁 의혹을 제기했다.

김 청장이 서울 용산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12월 당시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의 집에 찾아가 인사청탁 로비를 벌인 의혹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주간동아는 2005년 당시 용산서 형사과장이었던 강모 씨를 인터뷰해 "김 청장이 부하직원에게 양주 몇 병을 사서 최 의원의 집으로 오라고 했고 조만간 경찰 인사가 있으니 잘 부탁한다며 인사 청탁을 했다"고 보도했다.

10만 경찰의 총수가 될 후보자가 부적절한 인사 청탁을 했다는 기사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할 수 없었다.

기사가 인터넷에 송고된 직후 부하직원 강씨가 '주간동아 기사와 관련한 진실답변'이라는 해명자료를 보내 인터뷰 내용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이에 최 의원은 보도 사흘 만인 4월 30일 명예가 훼손됐다며 동아일보사를 상대로 1억원의 위자료와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사이 김기용 경찰청장 내정자는 5월초 있었던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고 치안총감 자리에 올랐다.

◈ 재판부 "인사청탁 의혹은 사실…공무원의 청렴의무 위반한 부적절한 처신"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노만경 부장판사)는 9개월 동안 7번의 재판을 열어 심리한 끝에 지난 30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 청장이 인사청탁을 했다는 주간동아의 보도는 허위로 볼 수 없다"면서 "기사로 최 의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여지가 있긴 하지만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법성도 조각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우선 김 청장이 최 의원의 집에서 술을 마신 것에 대해 언론 입장에서는 인사청탁 의혹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현직 서장이 인사를 앞두고 여당 국회의원 집에 찾아가 부하직원에게 술을 사오라고 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인사청탁은 반드시 언어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 인사하는 방법으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할 구역과도 무관한 여당 소속 국회의원의 집으로 술을 사오라고 지시한 것은 공무원으로서의 청렴의무와 품위유지의무 등을 위반해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 거짓 해명자료 배포 과정에 김기용 경찰청장이 직접 개입

재판부가 이처럼 주간동아의 보도를 사실로 인정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해명자료에 관한 부하직원 강씨의 법정 증언이었다.

강씨는 지난해 10월 17일 열린 3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후배들의 항의를 받게 되자 입장을 번복해 해명자료를 배포할 수밖에 없었다"며 "해명자료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여기에 더해 해명자료의 배포 경위를 추가 보도한 지난해 12월 주간동아 기사 내용도 사실로 인정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강씨는 (최초 기사가 보도된) 4월 27일 오후 김기용 청장과 가까운 L씨가 전달한 김 청장의 구술 내용을 바탕으로 해명자료를 작성해 각 언론사 사건팀장이 모여있는 서울지방경찰청 기자실로 보냈다.

재판부는 "(강씨가 시경 기자실로 보낸) 해명자료의 내용은 작성 경위 등에 비춰 신빙성이 의심돼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강씨가 구입한 양주의 수량이나 최 의원과 김 청장의 구체적인 대화내용은 다소 과장된 것이지만 기사 내용이 허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직 1심 판결이긴 하지만 법정에서 인사청탁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도 모자라 거짓 해명자료를 배포하는 과정에 김 청장이 개입했다는 내용까지 사실로 인정된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 10일 총경 이상 고위직 간부의 경우 청렴도를 평가해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교롭게도 김기용 경찰청장 본인이 가장 먼저 '고위직 청렴도 평가'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panic@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