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인생을 바꾼 경찰관 3명, 수사축소 김용판- 양심경찰 권은희- 자유인 표창원
뉴시스 | 기사등록 일시 [2013-12-16 05:00:00]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지난해 12월 19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1년이 다 된 연말까지도 한국사회에 많은 후폭풍을 남기고 있다. 대선개입 의혹으로 국정원과 경찰 등의 국가기관들은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이에 연루됐던 사람들의 운명은 뒤 바뀌었다.
지난 대선이 운명을 바꾼 경찰로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김 전 청장은 '경찰의 2인자'에서 국정원 수사축소의 '몸통'으로 전락한 케이스다. 지난 1년동안 수사 축소와 외압의 배후로 지목받으면서 고초를 겪었으며, 현재까지 법정에 서고 있다.
권 수사과장은 김 전 청장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김 전 청장과 서울경찰청의 외압을 폭로하면서 일약 '스타 경찰'로 떠올랐다.
표 전 교수는 경찰대 교수로 재직하며 셜록홈즈, 자베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유능한 프로파일러였지만, 대선 직전 사직서를 제출하고 자유인으로 인생을 살고 있다.
◇김용판 전 서울청장, '경찰2인자'에서 대선개입의 '몸통'으로
김 전 청장은 지난 대선 이후 가장 고초를 겪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경찰의 대선개입과 외압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퇴임 이후에도 국회 청문회, 국정조사에 서야했고, 현재까지 법정싸움을 진행중이다.
김 전 청장은 30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특채로 경찰에 입문한 인물이다. 2010년에 경찰청 보안국장으로 지내면서 보안통(通)으로 꼽히며 '차기 경찰청장 1순위'로 거론됐었다.
재직 시절 경찰 업무를 다방면으로 경험한데다가 괄괄하며 화끈한 성격으로 부하직원들이 잘 따르는 상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김 전 청장은 재임시절 '주폭(주취폭력자)과의 전쟁'으로 유명하다. 술해 취해 상습적으로 무고한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을 조폭에 빗대 '주폭'으로 명명하고 단호하게 척결에 나선 것이다.
김 전 청장은 2011년 충북경찰청장 시절부터 '주폭과의 전쟁'을 벌였으며, 2012년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된 후에도 주폭 척결에 앞장서왔다.서울 시내 31개 경찰서에 상습 주폭 전담팀을 신설할 정도였다. 이같은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는 '잘나가는 경찰'이었고, 퇴임이후에도 '인생2모작' 설계에 여념이 없던 김 전 청장의 운명을 바꿨다.
대선 직후 김 전 청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팀에 하드디스크 수사 대상을 축소하라고 요구하고, 전화로 압박을 넣는 등의 수사축소 외압을 행사한 '몸통'으로 지목됐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이를 수사하던 경찰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것이다.
사실 김 전 청장은 올해 4월 퇴임 이후 여의도 정치권으로 합류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실제로 김 전청장은 희망하던 대구 달서구에서 두차례나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다.
그런나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경찰의 수사축소 의혹은 그의 정계 진출 뿐만 아니라 퇴임 이후의 인생도 가로막았다. 잘나가던 '경찰의 2인자'는 퇴임 직후 여의도가 아니라 청문회와 국정조사, 법정에 드나드는 신세가 됐다.
특히 그가 청문회와 국정조사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한 장면은 세간의 화제가 됐다. 국정조사와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 전 청장은 "형사재판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돼 있어 증인선서를 거부한다"고해 논란을 불렀다.
이 사건은 핵심증인이 국회에서 열리는 청문회나 국정조사에 출석해도 '증인선서'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제도적 헛점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김 전 청장의 법정싸움은 현재 진행중이다. 검찰은 올해 6월11일 그를 형법상 직권남용, 경찰공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치적 이벤트에 가까웠던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모두 '무사히(?)' 넘긴 그는 법적 결과를 마지막으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법정에 서면서 스스로 "당당하고 떳떳하다"고 말해왔다. 내년 초에는 재판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가 무죄로 명예회복과 재기에 성공할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권은희 수사과장, 대선이후 '스타경찰'되다
권 과장은 대선 이후 '양심선언'으로 유명세를 탓다. 권 과장에게 보내는 지지와 찬사는 역대 경찰 중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권 과장은 광주 출신으로 2001년 사법시험 43회에 합격한 이후 2005년 참여정부에서 여성 최초로 경정에 특채됐다. 이후 경기도 용인경찰서, 서울 서초경찰서, 수서경찰서 등을 거쳤다.
권 과장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수사에 대한 외압을 폭로하면서 사회에 엄청난 후폭풍을 불렀다.
권 과장은 지난해 12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팀 실무책임자를 맡았다. 그러나 2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한 뒤 올해 2월 인사이동 때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자리를 옮겨야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전보조치를 두고 경찰수뇌부와 수사팀이 마찰이 있었다는 설이 돌았다.
권 과장은 4월18일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양심선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권 과장은 수사결과가 발표된 직후 언론 등을 통해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권 과장은 서울경찰청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일선 수사팀에 핵심 수사 자료를 넘겨주지 않으려 하고, 주요 증거물을 피의자에게 돌려주려 하는 등 지속적으로 수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나란히 선 김 전 청장과 권 과장의 장면은 큰 화제가 됐다. 권 과장은 김 전 청장의 "격려전화를 했을 뿐"이라는 발언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거짓말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 경찰 수뇌부의 발언에 현직 수사과장이 정면으로 "거짓말"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이같은 폭로가 이어진 뒤 권 과장에게는 비난과 찬사가 쇄도했다. 보수진영과 경찰 내부에서는 "정치경찰"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진보진영에서는 "양심 경찰"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권 과장의 행보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찬반은 갈리고 있지만, 경찰로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유명세를 탓다.
특히 근무하던 송파경찰서 사무실로는 각종 편지와 선물이 쇄도했다. 송파경찰서를 찾은 고등학생들은 '정의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는 쪽지와 함게 자비로 빵을 사서 돌렸고, 한 시민은 프라이드 치킨 15마리를 권 과장 앞으로 보내기도 했다.
국회 청문회 증인석에서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던 모습이 TV를 통해 방송되자 스탠드형 선풍기를 보낸 시민도 있었다. 또 다른 시민들은 응원 메세지를 적은 화분 10여개를 보내기도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권은희 수사과장의 용기있는 증언 모음' 영상은 40만건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셜록홈즈 표창원, 대선이후 자유인으로
표창원 전 교수는 경찰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범죄심리학 전문가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그는 범죄 양상과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하는 국내 최고의 범죄심리 전문가로 꼽혔다. '한국의 셜록홈즈', ''인간적인 자베르' 등으로 불렸던 그는 언론에도 자주 소개되던 인물로 꼽힌다.
표 전 교수는 1989년 경찰대를 4기로 졸업하고 임용돼 1999년까지 경찰관으로 근무했다. 1991년 부천경찰서 형사과 형사, 1992년 경기경찰청 보안과 외사계 형사, 1993년 보안과 외사계 주임이 되었다가 같은 해 5월 국비장학생으로 영국에 유학, 엑서터 대학교에서 수학한 경험이 있다.
표 전 교수는 1998년부터 경찰청 제도개선기획단 연구담당관을 지내면서 경찰의 지방분권 문제와 경찰위원회 개혁 등을 연구하고 추진하는 활동을 해왔다. 이후 경찰대의 전임강사가 되었으며, 연세대학교, 아주대학교, 경기대학교에도 출강했다. 2001년부터 경찰대 조교수가 되고 2012년 정식 교수가 됐다.
자칭 '보수'였던 그의 운명을 바꾼 것은 지난 대선이었다. 현직 경찰대 교수가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에 대한 의견을 밝힌 뒤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표 전 교수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트위터 등에다가 "경찰의 즉각적인 진입과 현장보존, 수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혀 논란을 불렀다.
정치적 견해를 밝힌 직후인 12월16일 그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자신의 표현의 자유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서였다.
그는 사직서에서 "12월 19일 실시되는 대선과 관련한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경찰대 교수로서의 직위'가 이용될 수 있음을 인식했다. 경찰대와 학생들의 숭고한 명예와 엄정한 정치적 중립성에 부당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방지하고, 경찰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 등에게 혹여 자유롭고 독립적인 견해를 구축하는 데 있어 부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사직하고자 한다"라고 적었다.
사직 이후 그는 굵직한 정치사안에서 제목소리를 왕성하게 내고 있다. 특히 국정원과 경찰의 대선개입에 대한 의견표명은 거침이 없을 정도다.
경찰의 12월16일 긴급 수사발표에 대해서는 "심야 수사발표는 선거개입"이라고 일침을 놓았고, 지난 3월 국정원 대선개입의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대상으로는 "헌법상 내란죄 적용도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원 사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용단 내려야한다"거나 "박 대통령을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과감한 발언으로 화제를 낳기도 했다.
표 전 교수는 현재 방송 고정프로그램과 기고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표창원의 시사돌직구, 더 프로파일러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언론에 정기적인 기고를 하는 곳도 4~5곳이 된다.
표 전 교수는 주위에서 여의도 영입 1순위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사직서를 낼 당시에도 정치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직접적인 정치활동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대선 전에는 "정권이 교체되도, 5년간 어떤 선출직,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현재도 정당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정치 참여에 대해 "여유가 없다"거나 "내가 (정치의)일부가 됐을 때 (정치인과)다를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등의 발언으로 손사래를 치고 있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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