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국내 대북정보활동 사실상 마비..증거조작 의혹 후폭풍
정보요원 상당수 잠적..국정원 무리수 파장 커질 듯
노컷뉴스 | 2014-02-24 05:00 / 베이징=CBS노컷뉴스 김선경 특파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논란이 확산되면서 한국 정보기관의 중국내 대북정보활동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는 등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중국 공안당국이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서면서 중국에서 활동하는 우리 측 정보요원들 상당수가 활동을 중단하거나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국 정보기관의 중국 내 대북정보활동이 마비 상태에 빠졌고, 국가정보원도 이 같은 흐름에 매우 당혹해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국정원이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확인 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중국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법원(서울 고법 형사7부)이 검찰이 제출한 유우성(33살)씨 출입경기록 등 문서 3건의 진위를 확인해 달라는 사실조회서를 지난해 12월 23일 주한중국대사관에 보낸 이후 중국 공안당국이 관련 사실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중국 당국은 선양(瀋陽) 및 옌벤(延邊)조선족자치주와 허룽(和龍)시 등에서 유우성씨 관련 기록 발급 및 위조 여부에 대해 전방위 조사를 벌인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선양과 허룽시 당국자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조사가 이뤄졌으며 누구와 접촉했는지, 또 한국 측의 청탁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 공안 당국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검찰 측에서 제출한 허룽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등 모두 3건의 문서가 위조 됐다는 내용의 회신을 주한중국대사관을 통해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중국대사관은 지난 13일 영사부 명의의 공문을 통해 '검사 측에서 제출한 공문 등 3건의 문서는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은 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고 범죄 피의자에 대한 형사책임을 규명할 것'이라며 '위조 문서의 상세한 출처를 제공해 달라'고 밝혔다.
중국 측의 회신 내용이 공개되고 이번 사건이 한중 양국의 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우리 측 정보요원 상당수가 잠적하거나 활동을 중단하면서 중국 내 대북정보활동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다른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보낸 답변의 의미는 조사가 끝났고, 위조가 확인됐으니 이번 사건과 관련된 범죄 피의자들을 알려달라는 사실상의 통보이자 압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중국 측 조사 결과 비정상적인 접촉이 드러났다면 중국 당국이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며 중국 측이 이를 공개한 이상 쉽게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정부 관리는 물론 중국 공민(公民)이 다른 나라 정보요원과 접촉하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내용과 경중(輕重)을 떠나 정보 제공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 수석부대표도 23일 "중국은 지방정부 하급 관리가 다른 나라 정부에 정보 제공하는 것을 간첩으로 본다"면서 "이번 사건은 (중국 내) 방첩 사건이 겹쳐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해 이같은 상황을 뒷받침했다.
중국 당국의 강경한 태도의 또 다른 배경은 중국 동북지역과 선양이라는 곳의 정치적 민감성 때문이다.
대북 정보수집의 최전선으로 통하는 선양은 북한과 교역과 교류가 활발한 동북3성의 대표 도시로 북중 국경지역인 단둥과는 차로 불과 2, 3시간 거리다.
북한 주민이 탈북하거나 공안에 붙잡혀 북송되는 경우도 선양을 거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민감성 때문에 남북을 비롯한 주변국은 정보요원을 경쟁적으로 파견해 물밑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 당국은 이 지역에 대해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문제가 불거질 경우 즉각 대응하고 있다.
현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과거 북중 국경지역을 무대로 정보전을 둘러싼 충돌이 잇따르자 중국 공안 당국은 선양 주재 기업인 직책으로 나가 있던 우리 정보요원 여러 명을 동시에 강제 송환한 적도 있다."며 "이후 상황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증거 조작 논란이 유우성씨 간첩혐의에 대한 무죄 선고를 뒤집기 위해 국정원이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확인 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또 증거 조작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지금까지 드러난 문서 입수 경위만으로도 국정원 스스로 존립 근거와 활동 기반 자체를 위태롭게 만든 행태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베이징=CBS노컷뉴스 김선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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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조작 논란
국제 공문서 확보 기준 없어
유우성씨 출경기록 요청때 중국 사법부 안 거친 게 화근
발급 권한 없는 지방공무원 제공 서류 '위조' 논란
"中정부에 형사사법공조" 진상조사팀, 공식 요청할 듯
한국일보 | 입력시간 : 2014.02.25 03:43:27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검찰이 정식 국제형사사법공조 요청 절차를 거치지 않아 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4일 검찰과 법무부에 따르면 검찰은 국가정보원이 넘겨 준 유우성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을 발급한 사실이 있는지 중국측에 확인서를 구하면서 '검찰(서울중앙지검-대검)-외교부-선양(瀋陽) 총영사관-중국 허룽(和龍)시 공안국' 경로를 거쳤다. 검찰은 앞서 중국 당국에 같은 내용의 확인서를 요청했다가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 당했을 때도 법무부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유씨의 출입경 기록 등 다른 문서들도 사법공조를 통하지 않고 국정원에 "자료를 구해달라"고 비선(秘線)으로 요청했으며, 이 문서들은 모두 조작 논란에 휩싸여 있다.
한ㆍ중 형사사법공조 조약은 1998년 체결돼 2000년 발효됐는데, 2조에 따르면 양측의 중앙기관(한국 법무부, 중국 사법부) 명의로 사법공조 요청을 하도록 돼 있다. '검찰-법무부-외교부-중국 외교부-중국 사법부'가 공식 절차인 셈이다.
검찰의 간첩 증거위조 사건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공식 절차를 거치면) 3개월 이상 시간이 걸리는 등 여러 문제가 있어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인다"며 "왜 그렇게 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국제형사과 관계자는 "공조는 다양한 형태가 있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을 둘 수가 없다"며 "이번 건의 경우 조약 위반은 아니며, 상황에 가장 적합하고 유효 적절한 수단을 활용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긴급성을 앞세워 공식 사법공조 절차를 무시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의 경우 선거 관련 글을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정원 트위터 계정을 확보하기 위해 법무부를 거쳐 미국 정부에 트위터 본사에서 일부 계정의 신원정보를 넘겨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성사되지 않았지만, 사안의 긴급성이 있고 중요 사건인데다 공판이 진행 중인 공안 사건이었는데도 검찰은 공식 절차를 밟았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과거에도 중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이 같은 불만을 표시한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중국 정부의 '위조'란 표현에는 (위조 여부와 별개로) 중앙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한국 검찰과 이에 협조한 지방정부에 불만을 나타내는 이중전략이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위조'는 허위로 문서를 꾸며 발급하는 '무형 위조'와 발급 권한이 없는 사람이 문서를 발급하는 '유형 위조'가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측 자료가 유씨의 여권 기록과 다른 것 등 조작됐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위조'의 성격을 두고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진상조사팀을 지휘하고 있는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이날 "위조의 개념이 내용 변경인지, 그런 기록을 발행한 적이 없다는 건지 등은 조사를 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중국 정부에 진상조사와 관련한 형사사법공조를 공식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진상조사팀은 재판부에 제출된 서류 8건(검찰 6건, 변호인 2건)에 대해 대검 디지털포렌직센터에서 위조 여부를 감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위조라는 게 완전히 새로 만든 것, 도장만 진짜를 찍고 내용을 만들어 낸 것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니 기초자료 확보 차원에서 따져보자는 것"이라며 "당연히 중국에서 원본을 보내줘야 최종적으로 위조인지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22일 조백상 주선양 총영사를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유씨의 출입경 기록 등을 최초로 구한 국정원 파견 이모 영사의 소환을 검토 중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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