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파시통신 텔레파시통신 텔레파시통신 텔레파시통신 텔레파시통신 텔레파시통신
본문 바로가기

▣검경(기사)정치권▣

예고범죄 전화 받고도 경찰 조치 안한 사이 여대생 칼에 찔려


예고범죄 전화 받고도 경찰 조치 안한 사이 여대생 칼에 찔려
경향신문 | 입력 : 2014-08-04 16:51:48ㅣ수정 : 2014-08-04 16:51:48


경찰이 살인미수 용의자로부터 수차례 범죄를 암시하는 신고접수를 받아놓고도 출동지령을 내리지 않아 '예고범죄'를 묵인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4시31분쯤 전북경찰청 112 종합상황실에 만취한 한 남성으로부터 "내가 사람을 죽여도 무슨 일이 있겠느냐"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 남성은 약 한시간동안 다섯차례나 전화를 걸어 "신고하면 내가 살 수 있겠냐"는 등 횡설수설했다. 경찰은 "112는 긴급전화다, 자꾸 이러면 처벌받는다"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끊긴지 얼마되지 않은 오후 5시35분쯤 전북 군산시 경암로 한 노상에서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던 여대생 오모씨(18)가 허벅지에 흉기를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범인은 스스로 112에 신고했던 조선족 심모씨(40)였다.

심씨는 이날 술에 만취한 상태로 112에 전화를 건 뒤 밖으로 나가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던 오씨를 200m 뒤따라가 흉기로 찌르는 이른바 '묻지마 흉기'사건을 벌였다.

경찰이 용의자의 신고를 허위·장난신고로 간주하는 바람에 여대생이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수술을 받는 사건으로 확산된 셈이다.

심씨는 범행후 도주했다가 이날 밤 경찰에 자수를 하러 왔지만 "잘못 찾아온 것 같다"며 되돌아가려다가 범행장소 인근 CCTV(폐쇄회로)에서 발췌한 심씨의 인상착의를 알고 있던 경찰들에게 붙잡혔다.

경찰조사결과 심씨는 지난해 10월 18일 방문 취업 비자로 입국한 뒤 군산의 한 회사에서 노동일을 하며 생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심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내가 누구를 찔렀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112의 대응이 원숙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하지만 신고자의 녹취내용을 보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횡설수설 하는 등 출동지령을 즉각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