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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기사)정치권▣

음독 경찰 "흔들리지 않고 공정수사 펼쳐왔다"


[종합]음독 경찰 "흔들리지 않고 공정수사 펼쳐왔다"
"심사승진 백 그라운드·돈 필수"
뉴시스 | 구용희 | 입력 2014.08.14 22:09


【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독성물질을 음독해 숨진 현직 경찰 간부가 지인에게 남긴 (검찰에 보내는)글을 통해 "어떤 유혹과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14일 광주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광주경찰청 소속 간부 A 경찰관이 이날 오후 1시께 북구 모 아파트 자신의 집에서 음독,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자택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A경찰관은 상태가 위중, 광주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같은 날 오후 3시40분께 숨졌다.

A경찰관은 자신이 담당했던 화물자동차 불법증차 사건과 관련,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돼 지난해 광주경찰청으로부터 내사를 받았다.

그 결과 금품수수나 선별수사 등의 의혹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내사종결 처리됐다.

하지만 검찰이 화물자동차 불법증차 사건과 관련, 지난 9일 50대 화물운수업자 2명을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하면서 이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특히 검찰 수사 과정에 일부 업자들이 '경찰관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광주경찰 안팎에서는 A경찰관이 검찰에 소환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A경찰관은 지난해 내사과정에서부터 '소신껏 수사를 이어갔다'며 자신의 억울함을 강하게 주장해 왔었다.

A경찰관은 이날 지인에게 남긴 글을 통해 "수사과정에 화물차 불법 증차와 관련, 구조적 문제점들을 알게 됐으며 수사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또 "내가 배후에서 돈을 받고 한 쪽으로 치우치게 수사한 것 처럼 비춰졌다. 또 익명의 진정서가 광주경찰청에 접수돼 수사2계에서 피진정인으로 조사까지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나는 수사 과정에 어떠한 외부의 유혹과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를 해 왔다"며 "그런데도 보이지 않는 외압(저를 음해하는 진정 등) 에 의해 나의 명예와 건강은 형언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심경을 밝혔다.

아울러 "내가 죄라면 무수한 청탁을 받아들이지 않고 아는데 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거침없이 수사를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A경찰관은 "특정 인물이 나에게 돈을 줬다고 한다면 나는 일단 체포돼 조사를 받았을 것이다. 증거확인을 위한 실체 재판에서나 무혐의가 입증됐을 것이다"며 "그 시점은 이미 내가 갈기갈기 찢겨버린 이후 가 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시선들을 이제는 감당할 자신과 건강이 뒤 받쳐 주지 않는다"며 "검찰이 (의혹에 대한)진실을 규명, 공개해 달라"고 당부했다.

A경찰관은 "나는 순경으로 입직해 경감까지 전 계급을 전국에서 최초로 승진한 사람이다. 이에 따라 나를 시기하는 내부의 적, 그리고 주변 등으로 인해 내외적으로 적이많다"며 "그래서 나는 누구와 식사한 끼 하더라도 내가 계산을 하는 등 스스로를 보호하며 살아왔다"고 밝혔다.

또 "일을 열심히 하면 업적에 따라 진급(특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지만 경찰의 심사승진은 그렇지 않았다. 백 그라운드(배경 인물)은 필수요, 돈은 당연한 거래가 된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며 "각 심사승진을 확인해 보면 사실인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 잘해서 심사승진하는 직원은 단 1명도 없다. 일을 잘해도 돈은 필수 지참금이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A경찰관을 소환하거나 조사를 벌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A경찰관의 주변 인물 등을 상대로 정확한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persevere9@newsis.com



"일 잘해도 돈 필수?"..경찰 승진제도 어떻기에
심사 승진, 지휘관 추천에 '좌지우지'…불공정 여지 커
특별·시험 승진도 부작용 양산
연합뉴스 | 2014/08/17 09:58 송고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승진하려면 일을 잘해도 '지참금'이 필수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불공정 수사 의혹에 대한 억울함과 경찰 조직문화의 폐단을 털어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광주 경찰 간부가 남긴 글이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인사 부조리 실태를 고발한 내용은 경찰 인사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제기했다.

"저는 고졸입니다. 그래서인지 시험승진은 길이 아니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업적에 따라 진급할 수 있는 특진의 길이 열려 있지만, 심사승진은 그렇지 않대요. '빽'은 필수요, 돈거래가 당연한 것이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일 잘해서 심사 승진하는 직원은 단 1명도 없습니다. 일을 잘해도 '지참금'이 필수입니다."

지난 14일 숨진 광주지방경찰청 소속 A(50) 경감이 의혹의 발단이 된 화물차 불법 증차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하는 검사에게 남긴 편지 형식의 글 중 일부다.

◇ 심사 승진에 지휘관 추천 결정적…'줄 서기' 유발

A 경감이 거론한 심사 승진은 통상 1년에 한 차례 이뤄진다.

근속·특별·시험 승진과 함께 경찰이 진급할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의 하나로,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가장 크다.

근속 승진은 순경에서 경감까지 계급별로 5~12년간 근속하면 자동으로 진급하는 방식이다.

특별 승진에서는 수사 부서 소속의 경우 범인 검거 유공, 기획 부서는 행정 발전 유공을 고려하고 시험 승진은 시험 점수라는 객관적 근거가 있다.

그러나 심사 승진에서는 지휘관 추천이 승진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해 청탁의 개연성을 키운다.

통상 최근 3년간 인사 고과와 경력 점수를 기초로 하는데 승진 대상자들이 비슷한 점수대에 분포한 상황에서 지휘관 추천 점수가 큰 변별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

순경·경장·경사 등은 경감 또는 경정이 맡는 과장이, 경위부터는 서장이 추천하게 된다.

직접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상관의 눈 밖에 났다가는 심사 승진은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경찰관들은 설명했다.

한 경찰관은 "심사 승진을 하려면 몇 년을 상관에게 밥도 사고, 술도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최근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일부는 우회적으로 (금품·접대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경찰관은 한때 승진 심사 면접에 참여하는 위원들은 '대서소 직원'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돌았다고 전했다.

이 경찰관은 "과거에는 과장이나 서장의 추천 순위를 그 윗선에서 바꾸도록 압력을 넣거나 심사 전 형광펜으로 내정자를 표시한 채 면접을 진행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며 "위원장이나 간사가 내정자를 넌지시 알려주고 위원들은 요식행위를 할 뿐이니 그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 특별·시험 승진 부작용도 속출

근속 기간을 채우면 자동으로 승진하는 근속 승진을 제외하고 특별 승진이나 시험 승진도 부작용을 낳는다.

특별 승진 과정에서는 특정 경찰관에게 실적을 몰아주는 '밀어주기'가 관행으로 굳어졌으며 자기 추천보다 승진 확률을 높이는 지휘관 추천을 받으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시험 승진은 젊은 경찰관들을 중심으로 현장 근무 부서를 꺼리는 현상을 뚜렷하게 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업무 시간에도 공부할 수 있는 내근 부서나 한가한 업무를 선호하게 한 것이다.

시험 철이 되면 시험을 앞둔 경찰관이 업무를 동료에게 떠맡기고, 휴가를 몰아 쓰고 도서관으로 가는 풍경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부 경찰관들은 '굵고 짧게 가느냐'(지속적으로 시험이나 심사 승진을 시도하느냐), '가늘고 길게 가느냐'(스트레스 없이 근속 승진하느냐) 등 가치관에 따라 경찰 생활의 장기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업무 성취도는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

한 전직 경찰관은 "상관에게 잘 보이려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다 보면 비애를 느낄 때가 잦고 아부, 로비도 '재주'로 인식될 만큼 상황은 심각하다"며 "인사 부조리가 경찰을 포함한 공직사회 전체로 퍼졌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탄식했다.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