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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묻지만 흉기난동▣

[기획] 인권침해·검열·극우·사이버 망명에 서북청년단까지.. 시절이 하 수상하다


[기획] 인권침해·검열·극우·사이버 망명에 서북청년단까지.. 시절이 하 수상하다
국민일보 | 조성은 김동우 기자ㅣ입력 2014-10-01 03:30


한때 억압적 공권력의 상징이었던 경찰의 불심검문이 폭증하고 있다. 광복 이후 정국을 어지럽히고 시민들에게 테러를 자행했던 반공주의 백색 테러단체 '서북청년단'도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공안 당국의 인터넷 사찰을 우려한 시민들은 때아닌 '사이버 망명길'에 오른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사라졌던 구시대의 유물들이 최근 극심한 사회 갈등을 핑계로 재현될 조짐이다.

◇불심검문, 매년 2배 이상 폭증=군사정권 시절부터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던 불심검문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0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서울 지역에서 벌어진 불심검문은 2012년 65만810건에서 지난해 142만4244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193만8265건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수치를 뛰어넘었다. 차량 조회수 역시 2012년 153만1211건에서 올 8월까지 388만3146건으로 154%나 증가했다.

경찰은 2010년 불심검문을 사실상 폐지했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불심검문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개정에 나섰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매년 전국적으로 5000만건 이상 불심검문이 이뤄진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과도한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2년 만인 2012년 불심검문은 '묻지마' 범죄와 아동성폭력을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다시 부활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에는 '4대악 근절'을 내걸면서 신원조회기 지급·사용이 모두 급증했다. 하지만 범죄 예방 효과는 거의 없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범죄 발생 건수는 2011년 175만건을 기록한 뒤 불심검문이 재개된 2012년은 179만건, 지난해 185만건으로 도리어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검거 건수 또한 2011년 138만건, 2012년 137만건, 지난해 142만건으로 제자리걸음이다. 인권운동사랑방 관계자는 "최근 경찰은 팔찌, 피켓 등을 들고 특정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보면 불심검문뿐만 아니라 통행제한, 사진채증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되살아난 끔찍한 기억, '서북청년단'과 사이버 망명=28일 오후 서울광장에 보수단체 회원 5명이 "노란 리본을 정리하겠다"며 가위를 들고 서울광장 세월호 분향소로 가려다 시민과 경찰에 제지됐다. 이들은 자신들을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원회' 소속이라며 "(서북청년단은) 광복 직후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킨 구국용사들이며 이들의 정신을 계승해 청년단 재건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서북청년단은 광복 직후인 1946년 11월 창단한 극우 반공단체다. 1947년 좌익과 우익이 각각 3·1절 기념식을 치른 뒤 행진하다 남대문에서 충돌한 '남대문 사건', 좌익 단체 사무실을 습격해 자신들의 간판을 내건 '조선민주애국청년동맹 사무실 점령 사건' 등 백색 테러를 주도했다. 특히 1만4000여명이 희생된 제주 4·3사건 등 민간인 학살에도 적극 참여했다. 70여년 만에 다시 등장한 섬뜩한 이름에 시민사회는 당혹스럽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위터에 "서북청년단은 수많은 국민을 살해한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 검열을 피하려 '사이버 망명'을 택하는 시민도 늘고 있다.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 발언이 도를 넘는다"고 말한 뒤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신설하며 화답한 데 따른 것이다.

가장 주목받는 건 독일의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Telegram)'이다. 문자와 사진, 문서 파일 등을 암호화해 보안이 확실하고 비밀대화 기능을 쓰면 대화 내용이 서버에 저장되지 않는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중국이나 러시아 등의 해외 메신저 프로그램을 애용하고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와 트위터 메시지 등 해외 SNS의 비밀대화 기능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개인정보 없이도 가입이 가능해 중국 반체제 인사들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구글 메일 서비스 '지메일(Gmail)'도 인기다.

서울대 사회학과 정근식 교수는 "서북청년단 재건, '일베' 논란, 공권력 과잉 등 최근 나타나는 현상은 사회가 전반적으로 우경화되면서 나타난 일종의 퇴행"이라며 "수십년간 발전해온 민주주의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조성은 김동우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