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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실적 부풀리기 논란 단순 폭력학생 '불량서클'로 내몰아


경찰 실적 부풀리기 논란 단순 폭력학생 '불량서클'로 내몰아
경향신문 | 최인진 기자 | 입력 2016.07.25. 15:50 | 수정 2016.07.25. 16:00


[경향신문] 경찰이 단순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을 ‘불량서클원’으로 규정, 자료를 배포했다가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일자 뒤늦게 바로 잡는 해프닝을 빚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5일 ‘올해 5월1일이후 9개 불량서클, 206명을 확인해 서클을 해체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 경찰은 적발한 사건을 ‘서열별로 역할을 분담해 불특정 다수 상대 폭행·갈취하는 등 조직폭력배와 유사한 양상’, ‘SNS를 통해 양언니 맺기 등 좋은 선후배 취지가 변질해 집단폭행·갈취’, ‘후배들을 강요해 상납받는 피라미드식 구조’ 등으로 분류한 뒤 각 유형에 대한 사례를 제시했다. 사례중에는 ‘조직폭력배와 유사한 양상’으로 분류된 경기 안산 한 고등학교의 폭행사건이 포함됐다.

경찰은 자료에 “안산 모 고교 학생 7명은 싸움을 잘하는 ‘짱’부터 각기 역할을 분담해 최근 1년간 급우 1명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트집잡아 폭행하는 등 상습적으로 괴롭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 수사담당자에게 사건을 확인한 결과, 피의자인 고교생 7명은 불량서클을 조직하거나 소속한 적이 없으며, 집단으로 피해 학생을 괴롭히거나 때린 적도 없었다. 다만 각각의 피의자들은 “약속을 안지켰다”, “지각했다”, “체육시간 운동장에 나오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해 학생의 머리를 한 대 치는 등 개별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단순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을 불량서클원으로 규정한 것이다.

또 경찰은 용인의 한 중학교 여학생들이 SNS를 통해 선후배끼리 ‘양언니’ 맺기를 해 올 3월부터 최근까지 학교 안팎에서 후배 학생 2명을 집단 폭행하고, 기념일 등 명목으로 후배 4명에게서 선물을 갈취한 중학생 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 수사담당자까지도 “피의자 7명을 불량서클원으로 보긴 어렵다”며 “갈취 부분(1만3000원 상당)도 친분에 의한 선물인지 강요에 의한 갈취인지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조사하는 중이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천에서 올 3월 신학기 입학후 수업을 마친 후배들을 집합시켜 폭행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게 한 뒤 임금을 갈취한 고등학생 5명도, 담당 수사팀에서는 단순 학교폭력 사건이지 불량서클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 지난해 3월 부천에서 발생한 고등학생 16명의 집단폭행 사건을 올해 4월28일 검찰에 송치해 종결하고도, ‘올해 5월 이후’ 불량서클 사건 실적에 포함시켰다.

이날 경기남부청은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일자 수정된 자료를 배포했다. 적발한 불량서클은 9개가 아닌 7개, 서클원은 206명이 아닌 180명이라고 밝혔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경찰이 불량서클에 대해 ‘명칭·서열 등 외형 유무와 상관없이 폭행·갈취 등 학교폭력을 범했거나 범할 우려가 있는 집단, 또래 학생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니 단순 학교폭력 학생들을 불량서클에 포함된 것으로 분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