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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돈 받고 사건 무마' 끝없는 경찰비리..조직내 '침묵의 문화' 깨야


'뒷돈 받고 사건 무마' 끝없는 경찰비리..조직내 '침묵의 문화' 깨야
금품수수, 성(性) 비위 사건 등 해마다 끊이지 않아
일선 경찰관은 물론 역대 청장들도 자유롭지 못해
"내부고발제도 활성화해야"…감시 시스템 구축 필요
뉴시스 | 임종명 | 입력 2016.07.18. 08:53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연기가 자욱한 불법 도박장에 형사 2명이 들어선다. 비리에 휘말렸다 운 좋게 살아남은 조 형사와 경찰학교를 수석 졸업한 강 형사.

업소에 발을 들이자마자 수상한 사람이 없는지 주변을 살피는 강 형사와 달리 조 형사는 슬그머니 빠져 종업원을 따로 불러 파칭코 기계 앞에 자리한다. 종업원의 추천으로 31번 기계 앞에 앉더니 급기야 잭팟까지 터뜨린다.

종업원들의 박수와 축하를 받으며 크게 한탕 챙긴 조 형사는 강 형사를 데리고 업소를 나간다. 단속이나 경고 조치는 없다.

1993년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작품, 영화 '투캅스'의 한 장면이다. 뒷돈을 챙기고 각종 비위를 저지르던 형사가 엘리트 신참 형사를 만나 좌충우돌하는 내용으로 당시 큰 인기를 얻었다.

20년도 더 지난 영화지만 배우 안성기가 연기했던 비리 경찰은 '그 시절 옛이야기'가 아니다. 강산이 두 번 변한 시간이 흘렀으나 금품수수, 업무 부당처리, 성(性) 비위 등의 경찰 비리 사건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총 2508명이다. 이 중 규율위반이 1017명으로 가장 많았고 품위손상 751명(29.9%), 직무태만 570명(22.7%)으로 나타났다. 금품수수로 적발된 경우도 153명(6.1%)으로 적지 않았다.

금품수수 경찰관 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3년 53명, 2014년에는 48명이었다가 지난해 52명으로 다시 늘었다. 올해는 6월까지 25명의 경찰관이 금품수수로 징계를 받았다.

지난 13일에는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김모 경위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체포됐다.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브로커 이동찬(44·구속기소)씨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는 혐의 때문이다. 김 경위는 이씨로부터 수사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명 성형외과의 의료법 위반과 탈세 혐의를 수사하던 경찰관들은 해당 성형외과로부터 금품을 제공 받은 혐의로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김모 경사가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서울 강남 일대 룸살롱 영업사장에게 단속 정보를 흘려주고 뒷돈을 받은 혐의다.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이모 경사 등은 성매매업소 업주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대가성 현금으로 수백만원을 챙겼다가 법원에서 실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현직 경찰관들도 있었다. 서울경찰청 교통정보용 폐쇄회로(CC)TV의 유지보수에 대한 불법 하도급을 묵인해주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것이다.

이같은 비리는 일선 경찰관들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찰조직을 책임지는 경찰총수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전 경찰청장)은 용산 역세권 개발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일 허 전 사장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허 전 사장은 현직에 있던 2011년 폐기물처리업체를 운영하던 측근 손모씨로부터 "사업 수주를 도와달라"는 등의 청탁과 함께 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이 무렵부터 3년여 동안 6차례에 걸쳐 손씨로부터 1억76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강희락 전 청장은 함바(건설현장 식당) 브로커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3년6월형을 받고 수감됐다. 이택순 전 청장은 재직 때인 2007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2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433만원이 확정됐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뒷돈을 받고 사건을 무마해 주는 등의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특히 경찰 조직 내 '침묵의 문화'를 시급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내부에서 일어난 일은 경찰관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며 "내부 고발제도를 활성화해서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침묵하는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월급이 적어 비리가 발생한다는 이유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경찰 조직이 살아있다면 부패를 더 적극적으로 적발해 조직을 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외부적으로는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 검찰 검사장 등 소위 파워엘리트로 불리는 직군의 솔선수범도 필요하다"며 "투명한 절차, 공정한 법 집행, 이런 기본적 원칙을 벗어난 제3의 방법으로 편의를 봐주는 문화가 만연한 상황에서 유독 경찰만 청렴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객관적인 원칙과 법 절차대로 사회 전체가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jmstal0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