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검사가 실명으로 검찰개혁요구 글 올려
"기소독점 국민참여 통제…직접수사 자제해야"
연합뉴스 | 2012/11/25 04:31 송고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김광준(51) 서울고검 검사의 뇌물비리와 로스쿨 출신 전모(30) 검사의 성추문으로 검찰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가운데 현직 검사가 실명으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서울남부지검 소속으로 통일부에 파견 근무 중인 윤대해(42·사법연수원 29기)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e-pros)에 24일 '검찰 개혁만이 살 길이다', '국민신뢰회복을 위한 검찰 개혁방안'이라는 두 편의 글을 올렸다.
창설 이래 최대 위기라는 검찰의 현 상황을 한탄하고 지휘부의 책임을 요구하는 익명의 글은 검찰 내부망에 수백 건이 올라왔으나 현직 검사가 실명으로 검찰 개혁을 요구하고 그 방안까지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검사는 '검찰 개혁만이 살 길이다'라는 글에서 "이번에 터진 부장검사 뇌물사건, 성추문 사건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너무나 수치스럽고 이젠 정말 갈 때까지 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윤 검사는 이어 "스스로 개혁할 시기를 놓친 감이 없지 않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말처럼 지금이라도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개혁해 나간다면 국민의 사랑받는 검찰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그는 '정치권력에 편파적인 수사', '재벌 봐주기 수사', '수사권·기소권·영장청구권을 독점한 무소불위의 권력', '검사의 부정에 무감각한 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권력' 등이 검찰의 문제점으로 이야기된다고 지적했다.
윤 검사는 "검찰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아니라고 할 자신이 없다. 우리 검찰의 수사가 정치권력, 재벌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해 법과 원칙대로 제대로 행사돼 왔는지 의심이 드는 경우도 많고, 검찰이 이렇게 직접 수사를 많이 하는 나라도 보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그랜저 검사, 벤츠검사, 부장검사 뇌물사건 등 지금까지 특임검사가 임명돼 수사한 사건들도 언론에 문제가 되거나 경찰에서 먼저 수사에 착수한 후에야 검사를 구속한 사건이지 우리 스스로 검사 비리를 찾아 구속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윤 검사는 "더 이상 떨어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다"며 '국민 신뢰회복을 위한 검찰 개혁방안'이라는 별개의 글을 통해 '검찰시민위원회의 실질화(기소배심제 도입)', '검찰의 직접수사 자제', '상설 특임검사제 도입'을 개혁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권력형 사건, 사회적 이슈가 된 주요 사건 등은 원칙적으로 검찰시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소하도록 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에 대해 국민이 참여하는 통제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또 일반 형사사건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직접 수사를 자제하고 경찰이 그 책임하에 대부분 직접 수사하도록 하되 뇌물사건이나 기업비리 등 중요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직접수사를 계속하도록 하자는 견해를 내놨다.
윤 검사는 "검찰에 대한 여러 비판 중 대표적인 것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로 인해 검찰의 권력은 통제되지 않고 정치적 목적 등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윤 검사는 검사의 비리만을 수사하는 상설 특임검사를 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상설 특임검사의 존재 자체로 검사들로 하여금 스스로 절제하고 자제토록 해 검찰을 깨끗하고 청렴한 조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ind3@yna.co.kr
[종합]일선경찰이 바라본 경찰개혁 핵심과제는?
뉴시스 | 기사등록 일시 [2012-11-25 10:00:00]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일선 경찰관들이 경찰조직의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경찰이 되기 위해 실현돼야 할 핵심과제를 선정한 것이다. 특히 수사구조와 경찰위원회 개선, 직장협의회 설립 등은 먼저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꼽았다.
25일 경찰청공무원노동조합, 경찰청주무관노동조합, 일선 경찰들의 온·오프라인 모임 '폴네띠앙' 등에 따르면 일선 경찰관들은 '고품격 경찰서비스 제공을 위한 치안정책 제안자료'를 제작·발간했다.
이번 치안정책 제안은 경찰 내부 게시판을 통해 제시된 15가지 사항 중 현장 경찰관들이 선호하는 치안정책 10가지로 압축됐다.
이들은 치안정책 제안자료를 통해 시민들의 원하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찰 조직이 개선하고 마련해야 하는 제도들을 소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치안정책 제안은 경찰청에서 추진하는 정책이나 제도가 모두 시민들과 현장 경찰관들의 뜻을 완전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착안했다"며 "현장 경찰관들의 입장에서 바라 본 바람직한 치안정책의 모습을 그려봤다"고 말했다.
◇檢-警, '견제·균형' 수사구조 확립
일선 경찰관들은 검찰에 종속된 경찰의 수사권을 독립시켜 '견제와 균형'의 수사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왜곡된 검사 독점형 수사구조 탓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과 달리 검찰이 수사권, 수사지휘권, 종결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공소유지, 형집행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잘못된 수사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검찰에 종속된 경찰의 수사권을 독립시켜 상명하복의 관계가 아닌 상호감시와 견제의 관계로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을 1차적 수사기관, 검찰을 2차적 수사기관으로 명문화하고 상호 협력관계를 명시해야 한다. 경찰위원회 위상을 강화하고 사법경찰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사법경찰리의 이의제기권을 명문화해 경찰수사의 공정성·신뢰성 확보, 권한남용을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고 향후 헌법 개정시 '검사의 영장청구 독점권'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로 수사와 기소에 있어서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보장되고 검경간 권력구조의 균형을 통해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도 보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명무실 '경찰위원회' 제도개선
경찰위원회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민주적 관리·운영을 위해 도입된 경찰위원회가 오히려 경찰청의 통제를 받는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형식상 경찰의 심의·의결기관이나 실질적 운영은 자문기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경찰위원회의 소속을 행정안전부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해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위원 선출에 있어서 과반 이상은 국회에서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위원장의 지위는 국무위원으로 격상하는게 필요하다.
영국, 일본의 경우처럼 위원회에 별도의 인력과 예산을 배정, 상설기관화하고 사무국을 둬 경찰청의 인권·행정쇄신 등 주요정책에 대한 결정권도 부여해야 한다.
위원회의 심의·의결사항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고 합의권고 및 조정권, 조사권, 시정권고권 등 옴부즈맨 기능도 도입한다.
◇경찰 업무환경-처우개선도 필수
경찰의 업무환경과 처우개선도 절실하다고 했다. 우선 직장협의회 설립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6년 1월부터 일반직 공무원들은 노동조합 결성을 통해 제한적이나마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고 있지만 경찰, 소방, 교정, 해경 등 18만 특정직 공무원들은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특히 경찰은 소방에 이어 평균수명(62.3세)이 가장 짧은 직업이다. 매년 15명이 순직하고 1500명이 공상을 당하고 있다. 열악한 근무조건이지만 의사소통 통로가 없어 경찰간의 직업만족도는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경찰노조 또는 직장협의회를 통해 경찰의 단결권을 인정하고 단체교섭권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일선 경찰관들은 직장협의회가 설립될 경우 민주적 경찰조직, 정치적 중립화, 부정부패 감소, 치안서비스 제고 등의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효율적인 치안인력 재배치와 보수 현실화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강력범죄는 급증하는 반면 민생치안인력은 감소하고 있다. 지구대와 파출소 인력의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인력 재배치는 그나마 대안이 될 수 있다는게 일선 경찰관들의 시각이다.
이들은 집회·시위관리 방식을 개선해 경비부서 인력을 대폭 축소하고 젊은 경찰관들을 지구대, 파출소, 수사 등 현장 인력으로 돌려야 한다. 행정업무는 과감히 일반직에 이양하고 신규 인력도 민간인을 다수 채용해 인력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
경찰보수의 현실화 없이는 처우개선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찰 보수는 검찰 사무직 등의 공안직군보다 기본급이 현저히 낮고 심지어 일부 계급은 행정직보다도 낮게 책정돼 있다. '격무와 책임'에 상응하는 보수체계개선을 통해 자긍심 고취와 우수인재 유치, 치안서비스 향상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본급 개선을 통해 경찰 보수수준을 일반직, 공안직 보수수준으로 조정하고 초과근무수당 지급기준도 바꿔야 한다. 교대근무수당, 특수직무수당(순찰수당, 교통정리수당, 긴급호출수당)도 추가 신설한다.
승진에 따른 봉급인상율을 공안직, 일반직과 동등한 수준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찰대 개혁-정보경찰 재정립 등 개선과제도 줄줄
경찰대학 개혁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경찰대학은 우수인재 유치 목적으로 설치돼 30여년간 경찰초급간부 육성을 담당했다. 그러나 입직경로별 갈등 등을 유발하고 있다. 대학장의 짧은 임기, 교직원 대부분의 경찰관 배치, 대학원 부재에 따른 교육기관으로서의 전문성과 효율성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입시수험생 이외 별도로 현직 경찰관들에게 입학 정원을 할당하고 입학 경로도 다양화해야 한다. 대학장을 경찰공무원이 아닌 외부 영입이나 학내 교수 중에서 임명해 타 국립대학 총장과 동일하게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5년의 임기를 보장한다.
대학교직원내 경찰공무원 비중을 줄이고 일반행정직으로 교체, 더 많은 경찰관을 일선에 배치하고 행정의 연속성, 전문성을 강화한다. 치안대학원을 설립해 학부로는 부족한 학술기간 성격을 보강해야 한다.
또 경철청장직을 외부에 개방해 경찰 조직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경찰, 소방, 해경을 통합한 치안부서를 통합하고 책임자의 장관급 격상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의회 통제강화 등을 통한 정보경찰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보경찰은 정치권력에 밀착해 권한을 남용하고 끊임없는 정치적 중립성시비, 민간인 불법사찰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는게 일선 경찰관들의 판단이다.
해외·대북 정보는 국가정보원이, 국내 치안정보는 경찰이 전담하도록 직무영역을 조정하고 경찰 정보부서내 수사기능은 수사부서로 이관, 정보·보안·수사부서를 통합해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정보국장의 지위를 치안정감으로 격상하고 '국가정보위원회' 신설 등을 통해 정보기관 활동에 대한 의회 통제 강화, 경찰위원회 위상강화로 정보경찰에 대한 실질적인 감독권 부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보수집 대상을 '치안정보'에 제한해 불법사찰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인물정보, 정책정보 수집기능은 완전 폐지하고 정보경찰의 권한을 남용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 마련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민간조사제도 도입', '무기계약직 처우개선' 등도 개선과제로 이름을 올렸다.
mkba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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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ㅣ입력시간 : 2012.11.27 02:38:15 ㅣ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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