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잡은 강도상해·강제추행범 검찰이 풀어줬다?
서울동부지검, 연이어 경찰 수사결과 뒤집는 발표
머니투데이 | 입력 : 2013.07.12 08:19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충우)는 지난달 13일 강제추행·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18·대학생)를 무혐의 처분한 뒤 석방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4월 22일 오전 2시 55분쯤 송파구 잠실동 잠전초등학교 앞에서 귀가하던 한모씨(20·여)를 발견하고 뒤따라가다 오전 3시 20분쯤 송파구 삼전동 한씨의 집 앞에서 머리를 때려 쓰러뜨린 뒤 몸을 밀착시켜 추행하고 얼굴을 20여차례 때리면서 휴대전화와 체크카드 등을 뺏은 뒤 도망친 혐의를 받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범행현장 인근 CC(폐쇄회로)TV와 주차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토대로 범인이 택시를 타고 도망친 뒤 송파구 잠실동 신천성당 부근에서 내린 사실을 확인하고 잠실동에 사는 1975~1995년생 남성 2765명의 주민등록 사진과 블랙박스 영상을 비교해 김씨를 피의자로 봤다.
지난달 13일 경찰이 집을 찾아가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자 김씨는 "영상 속 인물은 나와 똑같은데 범행사실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뒤 긴급체포됐다. 그는 "핸드폰을 훔친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어 김씨의 부모가 입회한 1차 조사에서도 김씨는 "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에 들어갔다 다시 나온 뒤 충동을 느껴 한씨를 뒤따라가 추행했으며 신고를 막기 위해 휴대전화를 뺏고 택시로 도망쳤다"면서 "피해자에게 뭐라고 말씀드려야할지 모른다. 죽을 죄를 지었다"고 진술했다.
김씨의 얼굴을 본 유일한 목격자는 한씨의 집 인근에서 한씨를 기다리던 지인이었다. 목격자 역시 김씨의 복장을 보고 "범행 뒤 뛰어간 사람과 복장과 똑같다"고 확인해줬다. 김씨와 부모가 가진 2차례의 유치장 면회에서도 "나 같다"고 연이어 말했다.
같은달 14일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송파경찰서에 수감된 김씨와의 화상면담을 가졌다. 김씨는 "CCTV속 모습이 내가 맞는 것 같다. 만취상태는 아니었는데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 역시 김씨를 피의자로 지목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김씨는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에서 김씨는 "범인은 내가 아니다. 경찰 조사에서 CCTV 속 인물이 나 같다고 한 것은 친구들과 인근에서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한 날 촬영된 것이라고 착각한 것 뿐이다. 범행 당일은 중간고사일이라 집에서 잠을 잤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씨의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 김씨가 4월 22일 오전 1시 21분까지 친구들과 단체 카카오톡을 하다 오전 7시 8분쯤 다시 대화를 재개했으며 범행시간인 오전 3시 20분 전후로 통화, 문자, 인터넷사용 등을 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목격자를 소환해 편면유리(한쪽에서만 상대방을 볼 수 있는 유리)로 김씨를 보게 한뒤 "동일인인지 모르겠다"는 진술번복도 이끌어냈다.
대검찰청 과학수사관실에서도 "블랙박스 영상은 해상도가 낮아 인물의 특징점 판독이 어렵다"면서도 "머리카락 형태가 김씨와 영상 속 인물이 다르다"고 회신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의 핵심 증거인 블랙박스와 CCTV 영상은 거리의 불특정 다수가 촬영된 것으로 착각 가능성이 있으며 초범인 18세 소년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진술했을 여지가 있다"면서 "김씨 가족과 친구들의 진술, 통화내역 등을 분석해보니 김씨가 범행현장 인근에서 친구들을 만난 날은 4월 22일이 아닌 5월 5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구속된 김씨의 주장을 경청하는 등 치밀한 보완수사를 통해 경찰관이 되고싶은 꿈을 품고 성실히 학교생활 하던 대학생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줌으로써 검찰 본연의 기능인 국민의 인권보호에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경찰은 검찰의 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부모가 변호인을 선임한 뒤 검찰조사에서부터 진술이 번복됐다"면서 "김씨가 사건 당일 자신의 것이 아닌 아버지 신발을 신고 나갔다는 구체적인 진술과 영상 속 신발 형태가 일치하는 등 피의자로 볼 마땅한 근거들이 있었고 검찰도 그에 동의해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은 발부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씨의 부모는 변호인을 선임한 뒤 가진 면회에서 "지금부터는 전쟁 시작이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재판 과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니고, 검찰 수사과정에서 김씨가 진술을 번복하는 등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구속취소)된 만큼 사건기록 재검토와 증거보강 수사 등을 재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이 경찰의 수사결과를 반박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누명을 벗겨 인권보호에 기여했다"고 선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8일에도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는 "경찰이 강간미수 피의자를 구속송치한 사안을 추가조사해 누명을 벗겨줬다"는 발표를 했다. 2007년 20대 여성의 집에 침입해 흉기를 들고 강간을 시도하다 도망친 사건이었다. 범행현장 인근 혈흔에서 DNA가 나왔다.
올해 2월 폭력 혐의로 수사 받던 이모씨(44)와 DNA가 일치했지만 이씨는 "그 동네에 살지도 않고 간 사실도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다 구속된 뒤 검찰 조사에서 말을 바꿨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피의여성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성추문검사' 사건 진원지인 서울동부지검에서 위신을 재정립할 목적으로 '경찰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성추문검사 사건 이후 국민들이 검찰에 대해 불신하는 현상을 해소할 목적으로 연이어 경찰 수사결과를 반박하는 발표를 할 수도 있다"면서 "경찰 수사결과에서 증거가 미흡하면 내부적으로 지휘를 할 수도 있는데 왜 굳이 사건 수사한 경찰에는 통보하지도 않고 언론에 공표하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 핫뉴스]
머니투데이 최우영기자 young@
CCTV 범인과 외모가 비슷했던 대학생 누명 벗어
뉴시스 | 등록 일시 [2013-07-12 06:00:00]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범인과 외모가 흡사하다는 이유로 구속된 대학생이 누명을 벗었다.
서울 동부지검은 12일 강도 사건이 일어난 인근 CCTV에 촬영된 된 범인의 외모와 흡사하다는 이유로 피의자로 지목된 대학생 김모(18)씨가 보완수사로 누명을 벗었다고 밝혔다.
지난 4월22일 송파구 잠실동 잠전초등학교 인근에서 귀가하는 여성을 뒤따라가 머리를 때려 쓰러뜨리고 강제 추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피해 여성이 반항하자 주먹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리고 휴대폰과 체크카드 등을 빼앗아 달아났다.
당시 경찰은 범인이 택시를 타고 도주한 후 송파구 잠실동 신천성당 부근에서 내린 사실을 확인하고 잠실동에 거주하는 1975~1995년생 남성을 대상으로 수사를 좁혔다.
경찰은 이 중 외모가 CCTV와 블랙박스의 범인 영상과 닮은 김씨를 발견하고 용의자로 지목한 뒤 6월13일 긴급체포했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CCTV 인물은 자신이 맞는 것 같지만 범행사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범행을 부인했다. 김 씨는 사건 당일이 친구들과 인근에서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한 날이라고 착각해 "자신이 맞는 것 같다"고 진술했지만 범행사실은 일관되게 부인했다.
그러나 김씨는 본인과 부모가 CCTV 영상 속 인물이 자신이라는 점을 시인하는데다가, 범행 현장을 목격한 사람도 "동일인 것 같다"고 진술해 6월22일 구속됐다.
이후 검찰의 조사 결과는 달랐다. 김씨가 범행현장 부근에서 친구들을 만난 날은 사건이 벌어졌던 4월22일이 아닌 5월5일로 드러났다. 또 김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결과 발견한 의류도 현장 재현결과 범인이 착용한 것과 다른 의류로 밝혀졌다.
게다가 대검찰청 과학수사관실의 영상분석 감정 결과에서도 범인과 김씨는 눈썹길이, 턱선, 얼굴형태 등이 달라 동일인이 아닐 가능성 있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18세 소년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진술했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 수사했다"며 "경찰관이 되고 싶은 꿈을 품고 성실히 학교생활을 하던 대학생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송파경찰서는 "김씨는 부모가 입회한 상태에서 CCTV상의 범인이 본인이 맞다고 진술했다"며 "피해자를 따라가 때리고, 신고하지 못하게 휴대폰을 빼앗았다며 범행사실을 시인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CCTV 속의 범인이 본인임을 인정한 사실 등을 볼 때 범죄 혐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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