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몹쓸 경찰들..3년간 60회 원정도박, 지명수배 장모에게 정보 누설

이런 몹쓸 경찰들..3년간 60회 원정도박, 지명수배 장모에게 정보 누설
경향신문 | 구교형 기자 | 입력 2016.01.10. 11:41 | 수정 2016.01.10. 14:04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측정이 시작된 2002년 이후 역대 최고 성과를 거뒀다는 경찰청 ‘2016년도 주요업무계획 보고’ 문건.

[경향신문] 최근 상습 도박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받고 있는 경찰관들이 잇따라 사법처리 됐다. 이들은 ‘친정(親庭)’인 경찰 수사에서 범죄 혐의가 인정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10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은 중앙행정기관을 상대로 한 권익위의 청렴도 조사에서 3등급을 기록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주요 비위 발생건수가 2014년 133건에서 2015년 106건(이상 11월 기준)으로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직원의 범죄가 추가로 드러나면서 매년 하위권(4~5등급)을 맴돌다가 극적으로 개선된 청렴도 측정결과가 다소 무색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3년간 60여회 출국…억대 마카오 원정도박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중국 마카오에서 상습 도박을 한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이모 경위(45)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2012~2015년 60회 이상 마카오로 출국해 500여차례에 걸쳐 총 1억7000만원 상당의 판돈을 걸고 카지노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서울경찰청 조사에서 도박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지만, 결국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됐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측정이 시작된 2002년 이후 역대 최고 성과를 거뒀다는 경찰청 ‘2016년도 주요업무계획 보고’ 문건.

이씨는 도박자금 문제로 채권자와 시비 끝에 ‘꼬리’가 밟힌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원정도박은 거액의 판돈을 환전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 도움을 빌렸다가 채권·채무관계가 송사로 불거지면서 범행이 발각되는 일이 잦다. 이씨도 먼저 서울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에 진정서가 접수된 다음 감찰로 사실관계가 일부 드러나 수사까지 확대된 케이스다. 서울 서초서 관계자는 “아직 서울청에서 징계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기범 장모에 지명수배 정보 제공

제주지방경찰청은 장모에게 지명수배 정보를 제공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제주 서부경찰서 소속 부모 전 경장(34)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법원 등에 따르면 부씨는 경찰 휴대용 단말기로 장모 김모씨의 체포영장 발부내역을 확인한 뒤 부인에게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제주 서부서 형사과에 근무 중이던 부씨는 지난해 7월 제주경찰청에서 일선 경찰서로 ‘주요 지명수배자 특별검거 계획’을 하달하자 명단을 검토한 뒤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부씨는 지명수배자 검거 과정에서 장모에 대해서만 통신내역 조회를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도 받고 있다. 부씨는 당초 지명수배자 100여명의 휴대전화 가입내역을 수사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다단계 사기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씨를 제외한 나머지만 조사했다. 부씨의 범행이 들통나자 김씨가 자수했고, 현재는 구치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서부서 관계자는 “부씨가 해임 처분을 받아 연말에 퇴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