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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잡으랬더니"…경찰관이 금고털이 가담 - 강력팀 형사 출신, 범죄 지식 이용해 금고털이에 악용


<"도둑 잡으랬더니"…경찰관이 금고털이 가담>
강력팀 형사 출신, 범죄 지식 이용해 금고털이에 악용
연합뉴스 | 입력 2012-12-26 12:01




(여수=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도둑 잡는 경찰이 도둑질하면 누가 도둑 잡나요? 별일이 다 있네요."

우체국 금고털이를 공모한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경찰관이 체포되자 시민들은 놀라움과 함께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6일 전남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여수 삼일동 우체국 금고털이에 가담한 혐의로 관할파출소 소속 김모(44) 경사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여수에 사는 김모(36)씨는 "처음에는 친구를 잘못 사귀어 오해받나 보다 생각했는데 시청 공무원에 이어 경찰까지 비리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니 공공기관을 신뢰하기 어려워졌다"고 개탄했했다.

온라인상에서도 경찰관의 범죄 연루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누리꾼은 "완전범죄는 없다는 걸 더 잘 알 텐데 공모하다니 무슨 영화를 누리려고…. 비리가 없는 데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도 "검사가 여자피의자와 검사실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하지 않나, 경찰이 도둑과 손잡지를 않나, 성폭행범을 경찰서에서 놓치지를 않나…. 한숨만 나온다. 그야말로 막장드라마"라며 어이없어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뇌물 비리를 넘어 경찰관의 범죄 직접 연루 의혹으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경사와 친분이 있는 광주의 한 경찰관은 "금전적인 동기도 없어 보였고 김 경사와의 통화에서 자신은 결단코 아니라고 해서 믿었는데 황당하다"며 "열심히 일하는 경찰관들까지 민원인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남지방경찰청의 한 간부는 "범인 잡는 데 써야 할 지식을 악용해 직접 범죄를 저지르다니 어떻게 이런 경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1992년 경찰에 입문한 김 경사는 여수경찰서 형사과와 지역 파출소 등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6월부터 현재 소속된 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김 경사는 5~6년여간 강력팀 형사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않은 채 범행 현장까지 각각 도보, 자전거로 접근해 현장에 물을 뿌려 족적이 남지 않게 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reum@yna.co.kr



<경찰관 합세 `영화같은' 우체국 금고털이 재구성>
우체국 관할 파출소 경찰관, 내부구조 파악하고 망 봐
강력팀 근무 경력 바탕으로 치밀한 수법 알려준 듯
연합뉴스 | 2012-12-26 12:11




(여수=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대담하고 치밀한 수법으로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 전남 여수의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에 현직 경찰관이 깊이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고털이범 박모(44)씨와 '경찰 도우미' 김모(44)경사의 인연은 박씨가 장례업을 하던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씨는 차량견인업, 분식점 운영 등을 하면서 동갑내기인 김 경사와 친분을 쌓아왔다. 김 경사는 최근 10년 가운데 5~6년을 형사과 강력팀에서 근무했다.

이들은 지난달 말 김 경사가 박씨의 분식점을 찾았을 때 범행을 계획, 실행에 착수했다.

딸이 국립대에 입학한 박씨에게는 학자금이 필요했다. 맞벌이를 하는 김 경사는 공모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아직 동기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 경사는 지난달 29일 오후 3시 8분 자신이 근무하는 삼일파출소 관할 우체국 내부 방범진단을 핑계로 금고가 있는 벽면을 휴대전화로 찍어 박씨에게 보여줬다.

금고의 위치를 확인한 박씨는 지난 6일 여수시 월하동 우체국 건너편 화단 풀밭에 산소용접기 등 범행도구를 감췄다.

박씨 등은 이때부터 휴대전화 연락도 하지 않고 범행 당일에도 휴대전화를 가져가지 않기로 약속했다.

박씨는 8일 오후 10시께 여수시 중앙동에 있는 분식점 문을 닫고 우체국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월하동까지 간 박씨는 야산 인근 아파트 진입로에 내려서 논밭을 지나 우체국까지 4㎞를 걸어갔다.

길거리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등에 찍히지 않기 위해서였다.

김 경사도 이날 오후 10시 3분 등산복 차림에 흰 모자와 장갑을 착용한 채 자전거를 끌고 집에서 나와 우체국 인근 공터에서 박씨와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계획을 최종 점검한 박씨는 밤 11시 22분 우체국이 입주한 건물 뒤편 창문을 열고 복도로 들어가려다 천장에 설치된 CCTV를 발견하고, 다시 창문으로 빠져나왔다.

박씨는 건물 왼쪽으로 돌아가 복도 출입문으로 들어간 뒤 우체국 후문 천장과 식당 출입문 상단에 설치된 CCTV에 스프레이로 흰색 래커칠을 하고 드라이버로 식당 창문을 열어 침입했다.

박씨는 우체국 금고와 맞닿아 있는 식당 벽면에 진열된 과자를 치우고 드릴, 산소용접기 등으로 패널과 금고 뒤 철판을 도려냈다.

마지막으로 금고 뒷면에 팔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가로 10㎝, 세로 12㎝)로 구멍을 뚫은 박씨는 안에 있던 현금 5천213만 원을 훔쳐 달아났다.

용접 등 과정에서 불꽃이 튀지 않도록 원형자석을 이용해 은박지를 고정했고 발자국을 안남기려고 현장에 물까지 뿌렸다.

김 경사의 강력팀 근무 경력에서 나온 치밀한 수법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박씨가 범행하는 동안 김 경사는 망을 본 뒤 9일 오전 4시 47분 집으로 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훔친 돈은 두 사람이 절반씩 나눴으며 김 경사는 준비한 등산용 가방에 돈을 넣어 갔다고 박씨는 진술했다.

단독 범행을 주장하던 박씨는 김 경사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등을 제시하자 공모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25일 오후 9시 40분께 집에 있는 김 경사를 체포했으며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sangwon700@yna.co.kr



<'막 가는' 경찰…경찰관이 저지른 강력범죄>
최근 2~3년 동안만 강·절도 모의, 살인 등 잇따라
이번엔 '우체국 습격사건' 끝없는 이미지 추락
연합뉴스 | 입력 2012-12-26 14:18




(여수=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전남 여수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에 현직 경찰관이 가담한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사행성 게임장 등 도박이나 불법 대부업 사건 등에 연루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영화 같은 '우체국 습격사건' 배후에 경찰관이 있었다는 사실에 경찰은 끝없는 이미지 추락을 고민하게 됐다.

전·현직 경찰관의 강력사건 가담은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강도 범행모의에 가담한 혐의(강도예비)로 서울 양천경찰서 A 경사를 지난 10월 구속기소했다.

A 경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자동차 판매원이 모 대기업 회장의 집에서 금품을 털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가담하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 실패 등으로 수억 원의 빚을 안은 유 경사는 총을 구해달라는 제안을 고사하는 대신 범행에 필요한 속칭 `대포폰'과 `대포차량'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범이 별개의 떼강도 사건을 주도한 사실이 밝혀져 구속되면서 당시 범행은 무산됐다.

지난해 1월 21일에는 대전 둔산경찰서 B 경정이 잠든 어머니에게 볼링공을 떨어뜨려 숨지게 했다.

경찰대를 졸업한 B 경정은 빚을 갚으려고 강도극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해 1월 11일 전직 경찰관이 동업자의 집에 불을 질러 동업자를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하다가 적발돼 실형을 살고 보석으로 풀려난 그는 동업자가 재판 중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살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지방경찰청의 한 경위는 중학생 추락사와 관련, 사망자의 과외교사를 조사하면서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 7월 구속됐다.

서울에서는 총경급 경찰간부가 내연녀와 함께 수억 원대 사기를 치다가 적발됐으며 부산에서는 전직 경찰관이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미화 100달러 위조지폐(슈퍼노트)를 밀반입하기도 했다.

이 밖에 최근 2~3년새 경찰관이 도박사이트 운영이나 사채업에 관여하거나 마약 사건에 연루된 사례도 부지기수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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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우체국 금고털이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고 횡령에 심지어 성폭행까지 저지르는 등 총체적 기강해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