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발로 찬 '정신나간 경찰'

시신 발로 찬 '정신나간 경찰'
투신 체증 현장서 시체 모독
경징계 그쳐… 은폐 의혹도
경향신문 | 입력 : 2013-10-25 06:00:03ㅣ수정 : 2013-10-25 10:30:36

현직 경찰 간부가 투신 현장 변사체를 발로 차는 등 시신을 훼손 및 모독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하지만 해당 경찰은 '주의처분'이라는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반면 이같은 사실을 감찰과정에서 진술한 경찰관 3명은 돌연 인사 발령이 났다.

24일 진선미 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지난 9월16일 오후 10시 30분쯤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여성이 추락해 사망했다. 당시 현장에는 서초경찰서 관재 ㄱ(56) 파출소 소장과 경찰 3명이 함께 나갔다. 시신 일부는 추락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도로 위까지 튄 상태였다. 시신 체증과 현장보존 업무를 맡고 있던 ㄴ경사가 먼저 이를 촬영해 기록했다.

뒤이어 강력반이 현장에 출동한 뒤 ㄴ경사가 도로를 보니, 갑자기 골편이 사라져 있었다. 이를 확인하던 중 ㄱ소장이 "내가 저쪽으로 찼어"라고 말했다.

ㄱ 소장은 1982년 경찰에 입문, 30년간 수사경찰로 일했다. 풍부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ㄱ소장은 형법상 변사자 시체는 해당 지검 검사가 검시해야만 하고, 변사자의 사체를 은닉 또는 변경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검시를 방해해서는 안되는 규정을 어겨 고인을 모독한 것이다. 현장에는 주민과 인근 공사장 인부 등 30~40명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경찰청과 서초경찰서 청문감사실은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서초서 감찰계장은 "사실대로 진술하게 되면 인사에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 "진급이 언제냐"라고 묻는 등 압박을 준 정황도 드러났다. 현장에 있던 경찰 3명은 이날 각각 다른 파출소로 인사 발령을 받았다.

ㄱ소장은 가장 낮은 단계의 징계인 주의처분을 받고 서초서내 다른 보직으로 발령이 났다. ㄱ소장은 '사체 일부가 도로위에 있으니 무의식적으로 인도 쪽으로 민 것이고 사체에 대한 모독의미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서 관계자는 "조사 당시에 ㄱ소장이 만약 사실을 부인한다면 정황 진술을 한 당사자가 불이익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배려해 알려줬고, 본인이 원해서 다른 파출소로 가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진선미 의원은 "오는 1일 경찰청 종합감사일에 ㄱ소장의 사체훼손 행위에 대해 질의하기 위해 ㄱ소장과 서초경찰서 청문감사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김여란·곽희양 기자 pee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