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파출소 행사 찬조금 내라".. 조폭 같은 경찰
노래방 불법영업 약점 잡고 수시로 찾아가 현금 요구..경찰, 해당 경위 감사 착수
세계일보 | 입력 2015.11.05. 18:51 | 수정 2015.11.06. 03:50
“추석인데 우리한테 선물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추석 연휴를 며칠 앞둔 지난 9월 어느 날, 경기 지역의 한 노래방을 찾은 남성이 업소 주인에게 다짜고짜 현금 30만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업주는 “이달엔 장사가 너무 안 돼서 그 액수는 힘들다”고 사정하며 이 남성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이 남성은 며칠 후 다시 같은 업소를 찾았고 현금 10만원을 받아 갔다.
노래방을 상대로 ‘동네조폭’ 행세를 한 이 남성은 놀랍게도 해당 업소 인근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이었다. 동네 조폭으로부터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해야 할 경찰이 되레 협박과 갈취를 일삼은 것이다. 5일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등에 따르면 ‘A경위가 관할 지역 노래방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금품을 갈취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A경위를 상대로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A 경위는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노래방 업주 B씨를 상대로 주류판매 등 해당 업소의 불법 영업 사실을 약점 잡아 수차례에 걸쳐 금품을 뜯은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위는 직접 B씨의 노래방을 찾아가 “파출소에서 행사를 여니 찬조금 명목으로 기부하라”거나 무작정 업소에 전화를 걸어 “현금 5만원이 필요하다”고 말한 뒤 직접 방문해 현금을 받아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당 업소에서 음주가무를 즐긴 뒤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적도 몇 차례 있었다고 한다.
A경위가 소속된 경기지역 한 경찰서의 관계자는 “제보 내용의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는 한편 추가 비위 사실은 없는지 폭넓게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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