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반값등록금 운동 차단 공작' 문건 입수
한겨레 l 등록 : 2013.05.19 10:33 수정 : 2013.05.19 15:28
▲ 반값등록금 관련 국정원 문서
‘박원순 시장 제압’ 문건 이어 정치 개입 또 드러나 비싼 등록금 원인 ‘노무현 정부’ 탓으로 돌리기도 국가정보원이 반값 등록금 운동 차단 공작에도 나서온 사실이 추가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에 이어 국정원이 국내정치 사안에 폭넓게 개입해온 추가 증거가 나온 것이다.(☞관련기사 바로가기)
19일 <한겨레>가 단독입수한 국정원의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 공세 차단’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보면, “야권의 등록금 공세 허구성과 좌파인사들의 이중처신 행태를 홍보자료로 작성, 심리전에 활용함과 동시에 직원 교육 자료로도 게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폭넓은 국민의 호응을 얻고 있던 야권의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한 반대논리와 심리전 공작계획을 국정원이 나서서 세운 것이다.
이 문건은 국정원 ‘B실 사회팀’의 6급 조아무개가 2011년 6월1일 작성한 것으로 돼있다. B실 외에 작성 부서로 표기된 ‘2-1’팀은 국정원 2차장 산하의 정보수집·분석 부서로, ‘박 시장 제압’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국익전략실이다. 특히 이 문건에는 작성자인 조아무개씨(6급), 함아무개씨(4급), 추아무개 팀장의 실명이 드러나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이들은 모두 당시 해당 팀에 소속된 국정원 직원으로 확인됐다.
해당 국정원 직원들의 전화번호도 적혀 있었다. 3명의 이름 옆에 기재된 국정원 내선번호는 ‘Y-’ 형식이다. 국정원 별칭인 ‘양지’의 알파베트 머리글자를 표시한 뒤 내선번호를 적는 것은 국정원의 오랜 전화번호 표기법이다. 또한 문건의 작성자인 조씨의 이름 아래에 있는 휴대전화 번호는 통화해보니 현재도 조씨가 사용 중이었다. 아울러 이 문건은 국정원 내부 전산기록에 현재도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국정원 관계자는 “이 문건처럼 작성자와 해당 팀의 실명, 내선번호 등이 적힌 문서는 국정원장을 비롯해 대통령에까지 보고할 때 사용하는 양식”이라고 전했다.
이 문건에 자세히 서술된 반값 등록금 반대 논리의 핵심은 이명박 정부 책임론에 대한 반박과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이다. 정부 책임론 반박은 “노무현 정부 시절 물가상승률 대비 4~5배까지 인상했던 것을 (이명박) 정부가 인상폭을 물가상승률 내로 안정시킨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비싼 등록금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참여정부 책임이라는 주장을 심리전에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는 정치인으로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과 정동영 민주당 의원을 거론하며, ‘자녀를 해외로 유학보낸 것’을 “표리부동 행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를 “좌파인사들의 이중처신 행태”라고 주장하고, 이를 홍보하는 공작 방식을 세운 것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진선미, 국정원 내정개입 문건 추가공개 "반값등록금 심리전 시도"
뉴시스 ㅣ 기사등록 일시 [2013-05-19 11:35:14]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19일 국가정보원의 국내정치 개입의혹 관련 문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반값등록금 논란을 국정원이 야당과 좌파를 상대로 한 심리전에 활용하려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진 의원의 이번 문건 공개는 대선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의 공소시효 완성시점(6월19일)이 1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수사 속도를 높이라며 검찰을 압박하려는 전술로 풀이된다.
진 의원이 이날 공개한 '左派(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공세 차단'이란 제목의 2011년 6월1일자 국정원 작성 추정 문건에는 '당·정이 협의해 등록금 부담 완화 대책을 마련키로 했음에도 야당과 좌파진영이 등록금=정부책임 구도 부각에 혈안이 돼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또 '야당은 부자감세를 철회하면 반값등록금이 실현될 수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학생과 학부모, 서민을 자극하고 있다. 종북단체들도 고(高) 등록금이 정부 탓인 양 선동하고 있다. 이들의 정부책임론 주장은 지난 과오를 망각한 비열한 행태'란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노무현 정부 시절 등록금이 물가상승률 대비 4~5배로 인상됐으나 정부가 인상폭을 물가상승률 내로 안정시켰다. 07년에 비해 국가장학사업 총 규모가 6배 이상(918억→5218억) 증액됐는데도 저소득층 장학사업 축소라며 거짓선동하고 있다'는 문구도 포함돼 있다.
문건에는 또 '각계 종북좌파인사들이 겉으로는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면서도 자녀들은 해외에 고액 등록금을 들여 유학 보내는 이율배반적 처신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구체적으로 '등록금 상한제를 주장하는 민노당 권영길 의원은 장녀(미국 코넬대)와 장남(프랑스)을 해외로 보내는 등 표리부동 행보를 했다' '아예 공짜등록금을 주장하는 민주당 정동영 의원도 장남을 미국 고등학교와 대학에 유학 보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문건은 '야권의 등록금 공세 허구성과 좌파인사들의 이중처신 행태를 홍보자료로 작성해 심리전에 활용함과 동시에 직원 교육자료로도 게재해야 한다'는 문구로 마무리됐다.
진 의원은 이 문건이 국정원에 의해 작성됐음을 추측케 하는 증거들이 다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문건 상단에는 'B실 사회팀 소속 6급 직원 조모씨'란 실명과 함께 직원 고유번호, 휴대전화 번호까지 적혀 있다. B실이란 국익전략실을 가리킨다는 게 진 의원의 설명이다.
문건 작성일 옆에는 앞서 공개한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문건과 동일한 조직 고유번호 '2-1'이 기재돼있었다. 진 의원은 이날 공개한 문건과 앞서 공개된 문건 모두 국정원 국익전략실 사회팀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서의 최하단에는 보고라인으로 추정되는 직원들(B실 사회팀 팀장인 추모씨와 4급 함모씨)의 직급과 실명, 직원 고유번호까지도 기재돼있다. 진 의원에 따르면 추씨와 함씨는 해당 문건을 작성한 직원의 상급자로서 2011년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 국정원 직원에서 일하고 있는 것은 추정된다.
문건 내용을 공개한 진 의원은 국정원을 강하게 비난했다.
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라는 당연한 국민적 요구까지도 종북·좌파의 허울을 씌워 심리전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문건에 여과 없이 드러나 있다"고 꼬집었다.
또 "문건의 내용과 제보자의 메모를 종합하면 원세훈 원장의 특별지시에 따라 국익전략실이 정치적 현안과 특정 정치인에 대한 심리전과 사찰·공작을 광범위하게 수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검찰을 향해 "이 문건이 '심리전에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국정원의 정치·대선 개입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이어 "(국정원 대선 개입의혹 사건이)검찰에 넘어간 것도 한달이 지났다. 공소시효 만료가 한달 남은 상황에서 수사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문건 공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이)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국가기관이 판단하지 말라"며 "이제 검찰은 사실만을 파악해 발표해 달라.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맡겨 달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진 의원은 문건을 자신에게 발송한 익명의 제보자에 관한 정보도 일부 공개했다.
진 의원은 "경찰이 4월18일에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것을 보고 (제보자가)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듯하다"고 추측한 뒤 "우편물에는 4월20일 소인이 찍혀있다. 의원실 사무실 주소가 바뀌면서 우편물 배달에 열흘이나 걸렸다"고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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