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재판 끝 무죄 '공무집행방해' 공권력 확립인가 남용인가

6년 재판 끝 무죄 '공무집행방해' 공권력 확립인가 남용인가
mbc l 기사입력 2015-09-06 22:03 / 노경진 기자



◀ 앵커 ▶

최근 억울하게 공무집행방해 사범으로 입건됐다가 뒤늦게 무죄로 판결받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공권력 남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노경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2009년 6월, 충북 충주의 한 도로.

왼편의 한 중년남성이 오른편의 경찰을 상대로 무언가 항의하고 있는데, 갑자기 가운데 서 있던 경찰이 팔을 뒤로 꺾인 모습으로 허리를 앞으로 구부립니다.

법원은 이 영상의 화면을 밝게 하고 느리게 재생한 결과 경찰이 실제론 팔을 꺾이지 않았는데도 꺾인 척 행동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박철 씨와 그 가족이 6년간 8번의 재판을 치르며 억울함을 호소해온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벗겨지는 순간입니다.

[박철/충북 충주시]
"아 이제 됐다. 이제 끝이다 그 생각 딱 들더라고요."

부인 최옥자 씨도 앞선 재판에서 남편의 결백을 증언했다가 위증죄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교사였던 최 씨는 이 때문에 직업도 잃게 됐습니다.

[최옥자/충북 충주시]
"집에만 있어야 할 때. 이제 그때서야 실감하게 되잖아요. 아무것도 못했어요. 아무것도. 그냥 거의 누워만 있다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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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 밖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잠금장치가 툭 하고 떨어집니다.

경찰들이 소속과 출동이유도 밝히지 않고 집을 수색합니다.

"어딜 들어와! 어딜 들어와!"
(비켜요. 비켜. 비켜)
"비켜? 내가 뭘.."

알고 보니 집주인 윤모씨와 다툰 여자친구가 윤씨가 자살할 것 같다는 허위신고를 한 상황.

영문을 몰랐던 집주인 윤씨가 거칠게 항의하자 경찰들은 공무집행방해라며 그대로 체포합니다.

[윤 모 씨]
"무단침입이다. 나가라. 팔도 잡고 나가라고 했는데 경찰관들은 그게 좀 기분 나빴던 것 같아요. 저는 억울하게 수갑 차게 됐고."

작년 초 정부가 공무집행방해사범 엄정대응방침을 밝힌 뒤 공무집행방해로 구속된 사람은 1년 전보다 3배나 늘었고 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된 비율로 10%p 증가했습니다.

법조계에선 경찰이 피해자이고 동료경찰이 목격자이자 수사관이 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일반인들에겐 불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매우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MBC뉴스 노경진입니다.